숲 이야기
손 영 복
산성산 오르는 고산골 입구에 들어선다.
자연과 사람이 하나되는 메타세콰이어가 줄지어 서있는 흙길을 걷는 느낌이 상쾌하다. 그곳을 지나 잠시후에 도착한 관리사무소 앞 광장에 느티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서 있다.
그럼 여기서 느티나무에 대한 옛 이야기 하나 들어 보자.
옛날 전북 임실에 오수라는 마을에 김개인이라는 노인이 살고 있었는데, 어느날 이웃마을에 잔치가 있어 무척 귀여워하던 개를 데리고 갔다 오다가 술에 취해 산기슭에서 잠이 들었다. 마침 그때 산불이 나서 노인에게 번져 오고 있었다. 놀란 개는 개울에 가서 몸에 물을 적셔서 근처를 축축하게 해서 주인의 생명을 구하고 개는 탈진하여 불에 타 죽었다. 그때 잠에서 깨어난 노인은 앞서 일어난 상황을 알고, 개를 양지바른 곳에 묻고 자기가 사용하던 지팡이를 무덤 가운데에 꽂아 주었다.세월이 흘러 그 지팡이는 싹이 터서 좋은 나무로 자랐으니 마을 사람들이
개나무라고 불렀고, 나중에 그 나무가 느티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마을도 오수마을이라 부르게 되었다. 지금도 전북 임실에 가면 오수마을이 있고,수백년 된 느티나무와 의로운 개를 기리는 의견비가 있다.
관리사무소에서 법장사 가는 길가에 무궁화가 만발하다.
이 아름다운 나랏꽃을 심은 분들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나서, ‘무궁화노래’를 불러본다. “무궁 무궁 무궁화 무궁화는 우리꽃, 피고 지고 또 피어 무궁화라네......”
무궁화는 아침에 새 꽃이 피고 저녁에 진다. 그리고 다음날 또 피고 진다.
그래서 여름부터 가을까지 100여일 동안 활짝 피어 우리들에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우아한 5개의 하얀 꽃잎과 꽃속에서 나오는 붉은색은 세계로 뻗어 나가는 우리 민족의 기상(氣(기)像(상))을 말해 준다. 우리의 나라꽃은 무궁화이고, 우리나라는 무궁화동산이다.
잠시후 무궁화길을 지나 소나무단지에 도착한다. 하늘 높이 솟아 있는 멋진 소나무 아래에 서 본다. 그리고 두팔 벌려 소나무를 안아 본다. 소나무와의 포옹은 고향 같고 엄마품 같다. 정감이 가슴 깊이 와 닿고 느낌이 너무 좋다. 소나무는 우리 민족의 희망이요 보물이다. 또 소나무는 홍익인간의 얼이 새겨진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나무다. 늘 푸르고 다른 식물이 자라는 데 도움을 주고 소독도 해준다. 암꽃은 새순 끝에 피고 자주색이며 솔방울이 된다. 수꽃은 그 아래쪽에 피며 노란색이고 송화가루가 된다. 청도 운문사의 막걸리 마시는 처진 소나무, 경북 예천군 감천면에 있는 석송령 소나무, 그리고 속리산의 정이품송등은 우리가 아끼는 대표적인 소나무들이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건강한 숲은 다양한 동식물이 어울러져 서로 도우며 살아간다. 동물은 식물로부터 잎 열매등을 얻는 대신 식물의 가루받이를 도와준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숲 안에 있을때가 가장 행복하다. 인간은 숲이 있기에 꿈꾸는 내일이 있는 것이다. 숲은 무엇하나 보태주지 않아도 무럭무럭 자라나 인간에게 튼튼한 목재를 주고 맛있는 열매도 준다.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나무의 베풀 줄 아는 너그러움이 있기 때문이다.
숲에 오면 시원하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나무의 증산작용으로 잎의 기공으로 물을 밖으로 내 보내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아 보기 위해서 숲 유치원입구에 있는 병꽃나무의 잎이 달린 가지에 비닐 주머니를 씌워 고무줄로 묶어두고, 시간이 경과하고 난 후 풀어 보니 주머니 안쪽에 물방울이 생긴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삼투압에 의해 흙속에서 뿌리속으로 밀어 올린 물이 줄기를 거쳐 잎의 기공을 통해 공기속으로 빠져 나갔기 때문이다. 이와같이 나무는 물을 수증기로 기화시켜 밖으로 계속 내보내고 있다. 그래서 나무는 숲을 천년 에어컨으로 만들어 숲의 기온을 도시의 기온보다 평균 4도나 낮춘다고 한다. 때문에 숲속에 가면 시원한 것이다.
다음 숲 이야기로 고산골에 있는 많은 나무들 중 몇 개만 골라 나무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하자. 먼저 참나무 이야기부터 시작하자.
임금님 수라상에 도토리로 묵을 만들어 올렸다고 상수리나무, 껍질로 굴피집을 만든 굴참나무, 잎이 늦가을까지 달려있다고 가을 참나무라 했다가 갈참나무, 짚신바닥에 잎을 깔아서 신었다는 신갈나무, 참나무 중 잎이 가장 작다고 졸(卒(졸))참나무, 떡을 싸서 이웃과 같이 나누어 먹었다고 떡깔나무라했다
계속해서 다른나무들 이야기도 해 보자.
여름에서 가을까지 석달 열흘도 넘게 핀다고 백일홍 또는 배롱나무, 대구광역시 시목인 전나무, 산성산 바로 아래 산등성이에 큰단지를 이루고 있는 잣나무, 중생대 공룡시대부터 살아온 ‘살아 있는 화석’ 은행나무, 딱총을 만들어 열매를 한 알씩 넣고 쏘면 ‘팽소리’가 난다고 팽나무, 그리고 가지가 낭창낭창하여 말채찍으로 사용했다고 말채나무, 조선시대 영조 대왕이 지팡이로 사용했다는 등나무, 잎이나 줄기를 물에 담그면 물 색깔이 파랗게 변한다고 물푸레나무, 새로 자란 잎과 줄기를 문지르면 생강 냄새가 난다고 생강나무, 가지에 달린 잎들의 모양이 층을 이루고 있다고 층층나무, 꽃모양이 병모양과 닮았다고 병꽃나무, 줄기를 쪼개면 국수같은 면이 나온다고 국수나무, 잎이 오리발과 닮았다고 오리나무, 잎이 낮에는 펴졌다가 밤에는 오무라들고 베게에 넣고 자면 부부금실이 좋아진다는 자귀나무등 많은 나무들이 나름대로의 특징과 이야기를 갖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매일 매일 찾아오는 멋진 고산골! 이곳 숲속을 걷다보면 어느새 나무와 내가 하나가 된다. 그래서 오늘도 숲길을 걸어면서 나무와 많은 대화를 나누어 본다. 나무야, 숲아, 그리고 이들을 품고 있는 멋진 고산골아, 영원 무궁하여라. 나는 계속해서 오늘도 내일도 이곳 아름다운 이 고산골을 오르고 또 오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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