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어느 아버지와 딸 이야기

정광국 2014. 2. 14. 19:21

감동의 글~ / 어느 아버지와 딸 이야기...


눈오는 어느 늦 겨울날 이른 점심 때,

국밥집 출입문이 열리더니
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가
어른의 손을 이끌고 느릿느릿 안으로 들어왔다.

두 사람의 너절한 행색은
한 눈에도 거지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주인아저씨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봐요!! 아직 개시도 못했으니까~
다음에 와요!"

여자 아이는 아무 말 없이 앞 못 보는
아빠의 손을 이끌고
음식점 중간에 자리를 잡았다.

주인아저씨는 그 때서야
그들이 음식을 먹으러 왔다는 것을 알았다.

"저어... 아저씨! 국밥 두 그릇 주세요!"

"응 알았다...
근데 얘야~ 이리 좀 와 볼래."


계산대에 앉아 있던 주인아저씨는
손짓을 하며 아이를 불렀다.
"미안하지만 지금은 음식을 팔 수가 없구나.
거긴 예약 손님들이 앉을 자리라서 말야."


그렇지 않아도 주눅 든 아이는
주인아저씨의 말에 낯빛이 금방 시무룩해졌다.
"아저씨~ 빨리 먹고 갈게요.
오늘이 우리 아빠 '생일'이에요."


아이는 눈에 젖어 눅눅해진 천 원짜리 몇 장과
한 주먹의 동전을 꺼내 보였다.

"알았다. 그럼 빨리 먹고 나가야한다."
잠시 후 주인아저씨는
국밥 두 그릇을 갖다 주었다.
그리고 계산대에 앉아서
물끄러미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빠~ 내가 소금 넣어줄게."
아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소금통 대신
자신의 국밥 그릇으로 수저를 가져갔다.

그리고는 국밥 속에 들어 있던
고기들을 떠서 앞 못 보는
아빠의 그릇에 가득 담아주었다.

"아빠 이제 됐어... 어서 먹어...
근데~ 아저씨가 우리 빨리 먹고 가야 한댔으니까...
어서 밥 떠... 내가 김치 올려줄께..."


어느새
수저를 들고 있는 아빠의 두 눈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주인아저씨는
조금 전 자기가 했던 일에 대한 뉘우침으로
그들을 바라볼 수가 없어
눈송이 내리는 창밖으로 향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두 뺨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조용히 닦고 있었다.

- 좋은 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