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화요금!
‘사랑하다’ 라는 동사 다음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사는
‘돕다’ 이다.
-베르타 폰 슈트너-
미국 경제 대공황기가 닥쳤을 때, 모든 것이 어려웠다.
대통령은 사정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지만,
텍사스 주 경계 지역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비슬리씨의 가정에는 아무 것도 나아지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멀리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아들이
병에 걸려 회복될 가망이 없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빌 비슬리는 어떻게 돈을 마련해
자기와 아내가 그곳까지 여행을 할 수 있을지 막막했다.
그는 평생동안 트럭 운전사로 일해 왔지만
늘 저축을 할 형편이 못 되었다.
그는 자존심을 죽이고
몇몇 가까운 친척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들이라고 더 나을 것이 없었다.
마침내 절망과 실의에 빠진 빌 비슬리는
집에서 2킬로미터쯤 떨어진 주유소까지 걸어가
주인에게 말했다.
“내 아들이 죽을 병에 걸렸습니다.
그런데 나는 돈이 한 푼도 없습니다.
캘리포니아로 전화를 한 통만
쓰게 해주십시오.
나중에 꼭 요금을 갚겠습니다.”
주유소 주인이 말했다.
“걱정 말고 안으로 들어가서 전화를 쓰시오.”
빌 비슬리는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어떤 목소리가 그의 걸음을 멈춰 세웠다.
“혹시 빌 비슬리 씨 아닌가요?”
처음 보는 젊은이가 타지역 번호판이 붙은 트럭에서
뛰어내려 그에게 다가왔다.
낯익은 얼굴이 아니었기 때문에
빌 비슬리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소. 내가 빌 비슬리요.”
그러자 젊은이는 기쁘게 소리쳤다.
“저의 짐작이 맞았군요.
제가 어렸을 때 아드님과 친한 친구였습니다.
함께 많이 놀았지요.
그러다가 대학에 들어간 다음부터
그 친구와 연락이 끊겼습니다.
아까 얘기하는 걸 들으니 친구가 아프다구요?”
“상태가 몹시 나쁘다고 연락을 받았소.
어떻게든 내 아내라도 먼저 그곳에 보내
아들과 함께 있게 할 생각이오.”
두 사람은 잠시 이런저런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주유소 사무실에 들어간 늙은 빌 비슬리는
미국 서부에 살고 있는 사촌에게 전화를 걸어
가능한 한 빨리 그 자신이든 아내든
그쪽으로 갈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비슬리 씨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그는 주유소 주인에게
돈이 생기는 대로 곧바로 갚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주유소 주인이 말했다.
“전화요금은 이미 지불되었소.
아까 댁의 아들 친구라고 하던
그 젊은 트럭 운전사가 20달러를 놓고 가면서
전화요금으로 대신 하라고 말했소.
그 젊은이는 또 여기 이 봉투를 전해 달라고 했소.”
노인은 떨리는 손으로 그 봉투를 열었다.
봉투 안에는 이런 내용의 편지가 들어 있었다.
“제가 어렸을 때 당신은
저를 최초로 트럭에 태워 준 분입니다.
저의 아버지가 여섯 살에 불과한 저를 믿고
맡겼던 분이 당신이었습니다.
당신은 제 친구와 함께 저를 태우고
다른 도시까지 갔으며,
저에게 초콜릿을 사 주셨습니다.
여기 제가 서명한 수표 한 장을 놓고 갑니다.
이 돈으로 부인과 함께 아드님이 있는 곳까지 다녀 오시고,
제 친구에게도 초콜릿을 사 주세요.
건강하시구요!”